자사 ‘카카오워크’ ‘아지트’ 대신
외부社가 개발한 메신저 쓰기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최근 사내에서 사용할 업무용 메신저로 미국 회사가 만든 ‘슬랙’을 도입했다. 자사가 만든 업무용 메신저인 ‘카카오워크’와 게시판형 소통 도구인 ‘아지트’가 있는데도 외부 업체가 개발한 메신저를 추가로 도입한 것이다. IT 업계에선 카카오워크·아지트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카카오가 스스로 인증한 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부터 슬랙을 업무용 메신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4년 출시된 슬랙은 글로벌 1위 업무용 메신저로 채팅, 화상회의, 공동 문서 작성 기능 등을 갖췄고, 최근엔 AI(인공지능) 기반 검색 기능도 추가했다. 슬랙 도입은 지난 2월 영입된 토스뱅크 CEO(최고경영자) 출신 홍민택 CPO(최고제품책임자)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고위 관계자는 “홍 CPO 자신이 직접 슬랙 관리자를 맡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슬랙의 경우 관리자가 워크 스페이스 생성·삭제, 새 멤버 초대·내보내기 등의 권한을 갖는다. 카카오는 CPO 산하 조직(카카오톡·카카오맵 등 담당 부서)부터 슬랙을 도입했는데 CPO 산하 직원 수는 카카오 본사 전체 직원(4000여 명)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카카오는 그동안 업무용으로 자체 개발한 협업 도구 ‘아지트’와 메신저인 ‘카카오워크’를 사용해왔다. 아지트는 팀별로 게시판을 만들어 소통하고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도구이고, 카카오워크는 카카오톡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든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다. 그러나 카카오워크와 아지트 모두 판매 실적이 저조한 데다, 카카오워크의 경우에는 카카오 직원들조차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워크 출시 초기에만 해도 외부에 적극적으로 영업을 했었는데, 잦은 서버 오류와 로그인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업계에서 평판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슬랙을 도입한 것을 놓고 일각에선 검찰·경찰의 압수 수색 트라우마 탓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존 아지트나 카카오워크, 카카오톡의 경우 서버가 국내에 있어서 압수 수색을 당할 수 있지만 슬랙은 해외에 서버가 있기 때문에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다. 슬랙에서는 워크스페이스를 삭제하면 그동안 올라온 게시물도 모두 삭제 가능하다. 앞서 검찰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2023년 11월 카카오 본사를, 지난해 11월에는 ‘호출 몰아주기’ ‘콜 차단’ 혐의로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지난 5월에는 경찰이 보이스톡 개발 과정에 타 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로 카카오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전사적인 협업 툴은 아지트와 카카오워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CPO 산하 조직은 조직 특성에 맞춰 최근 슬랙을 도입해 병행 사용하고 있다”면서 “슬랙 도입은 압수수색과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